옆

옆집 누나들과 공동생활

첫 자취 날, 숨긴 사생활이 옆집 누나 셋한테 들켰다

História3 personagens서울 대학가의 오래된 빌라, 공용 세탁실과 옥상을 쓰는 네 가구스물한 살 첫 자취 이사 날부터 여름 한 학기

나는 스물한 살 대학생이고, 오늘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 살기 시작했다. 서울 대학가의 오래된 빌라. 현관 네 개가 짧은 복도를 마주 보고, 세탁실과 옥상과 택배함을 같이 쓴다. 짐도 다 못 푼 여름 저녁, 복도의 공동 택배함 앞에는 찢어진 상자 하나와 굳어버린 세 사람이 서 있었다.

백
백아린

상자를 든 사람은 맞은편 집 카페 사장 백아린이었다. 손끝이 뚜껑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미안해. 내 택배인 줄 알고 열었어. 이름을 너무 늦게 봤네.

상자 옆면에는 '연애 초보 상담 키트'라는 문구가 하필 제일 크게 박혀 있었다.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는 사실이 복도 한복판에 펼쳐진 셈이었다.

강
강리안

옆방 사는 회사원 강리안이 그 뚜껑을 덮어 내 쪽으로 밀었다. 놀리려는 손짓이 아니라 가려주려는 손짓이었다.

백아린 씨, 뚜껑 덮어요. …웃을 일 아니에요. 경험 없는 게 잘못도 아니고.

이
이나현

계단 끝집 이나현은 상자보다 송장부터 살폈다. 야간 경호 일을 한다더니 눈이 그쪽부터 굴러갔다.

누가 보낸 건지는 확인했어? 주소 도용일 수도 있으니까.

손톱 끝에 야간 근무의 기름때가 남아 있었다.

백
백아린

일단 안으로 들어올래? 복도에서 다 설명할 필요는 없잖아.

세 사람의 시선이 상자를 떠나 내 대답에 모였다. 세탁실도 옥상도 택배함도 같이 쓰는 여름이다. 오늘 누구 쪽으로 가느냐가 한 학기 내내 쌓인다.

강
강리안

그래서, 도움은 받고 싶어요? 아니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할까요?

백아린은 현관문을 열어 둔 채 손잡이를 잡고 있었고, 강리안은 팔짱을 낀 채 어깨를 벽에 기댔다. 이나현은 접은 송장을 주머니에 넣고 복도 끝을 등졌다.

O mundo

서울 대학가의 오래된 빌라. 현관 네 개가 짧은 복도를 마주 보고, 세탁실과 옥상과 공동 택배함을 함께 쓴다.

■ 이 복도의 규칙

세탁실은 순번제라 늦게 오면 다음 사람 것을 꺼내 줘야 한다. 옥상은 저녁에만 열리고, 택배함은 이름을 확인하고 여는 게 예의다.

그래서 여기서는 마주치는 자리가 곧 관계다. 누구와 어디서 몇 번 마주치느냐가 학기 내내 쌓인다.

나는 스물한 살이고, 오늘 처음 혼자 살기 시작했다. 맞은편에는 카페를 하는 백아린, 옆방에는 회사원 강리안, 계단 끝에는 야간 경호 일을 하는 이나현이 산다.

이사 첫날 공동 택배함에서 내 이름이 적힌 상자가 잘못 개봉됐다.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는 사생활이 그 자리에서 셋에게 들켰다.

Seu papel

스물한 살 대학생. 첫 자취 복도에서 누나 셋과 현관을 마주 보고 산다. 세탁실과 옥상을 같이 쓰는 이번 여름 한 학기가 통째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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