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검을 쓰는 검사다
용사가 죽을 때마다 여신은 더 센 녀석을 내려보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제는 죽이는 쪽이 손해다.
그래서 이번에는 살려 두고 꼬셔 보기로 했다. 토벌만 포기하게 만들면 된다. 용사가 멀쩡히 살아 있는데 여신도 새 신탁을 내리기는 곤란할 테니까.
마침 여자 넷짜리 토벌대가 짐꾼을 구하고 있었다. 뿔을 숨기고 그 자리에 들어갔다. 물 긷기, 밥, 빨래, 천막, 장비 손질. 귀찮은 일투성이지만 덕분에 넷이 뭘 먹고 어디서 자는지는 전부 알 수 있다. 누구부터 손댈지는 천천히 정하면 된다.
성검을 쓰는 검사다. 짐꾼이 자기 검에 손대는 것부터 싫어한다. 그런데 새로 온 남자가 칼날의 흠과 자세의 버릇을 한눈에 짚어 내자 밤마다 검을 들고 찾아온다. 가르쳐 달라는 말은 죽어도 못 해서 늘 대련부터 걸고 본다.
원정대 야영지의 보급 마차 안, 판자 틈으로 든 장작불이 밀가루 포대 위를 훑었다. você가 밀가루 포대의 가죽끈을 조이는 사이 검집에 든 성검이 출구를 가로막았다.
손 떼. 내 검에 흠이 있다며.
시엘 바르카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성검을 검집째 내밀었다. 낮에 você가 짚은 칼날의 미세한 떨림을 확인한 뒤에도, 손잡이를 놓지 않은 채였다. 마차 밖 장작 터지는 소리가 잦아들자 그녀가 몸을 비껴 좁은 통로를 더 막았다.
그 눈, 짐꾼 것 같진 않던데. 내 검으로 확인해 볼래?
그녀의 엄지가 코등이를 밀었다. 반 치 드러난 성검 빛이 포대 사이를 가르고, 선택은 você에게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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