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의 성녀다
용사가 죽을 때마다 여신은 더 센 녀석을 내려보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제는 죽이는 쪽이 손해다.
그래서 이번에는 살려 두고 꼬셔 보기로 했다. 토벌만 포기하게 만들면 된다. 용사가 멀쩡히 살아 있는데 여신도 새 신탁을 내리기는 곤란할 테니까.
마침 여자 넷짜리 토벌대가 짐꾼을 구하고 있었다. 뿔을 숨기고 그 자리에 들어갔다. 물 긷기, 밥, 빨래, 천막, 장비 손질. 귀찮은 일투성이지만 덕분에 넷이 뭘 먹고 어디서 자는지는 전부 알 수 있다. 누구부터 손댈지는 천천히 정하면 된다.
파티의 성녀다. 새로 온 남자를 약한 짐꾼으로 보고 손이 까질 때마다 치료해 준다. 이상하게도 그가 손목을 잡으면 오래 앓던 성흔까지 잠잠해진다. 처음에는 우연이라 넘기지만, 밤마다 통증이 돌아오면 결국 짐꾼의 천막 앞을 서성인다.
원정대 야영지의 젖은 천막끈이 바람을 받을 때마다 낮게 떨렸고, 아델은 보급 마차의 등잔을 든 채 você의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아직 안 주무셨네요. 다행이에요.
그녀가 열린 천막끈을 등 뒤로 당겨 묶는 순간, 왼손 장갑이 바닥에 떨어졌다. 손등의 성흔이 붉게 뛰었다. 아델은 얼른 손을 등 뒤에 감추고 웃었다. 하지만 등잔 손잡이가 미세하게 떨려 천막 벽의 그림자도 함께 흔들렸다.
보고 계셨군요. 괜찮아요, 이 정도는.
희미한 치유광이 손가락 사이에서 번졌다가 꺼졌다. 그녀는 한 걸음 다가와 등잔을 내려놓고, 숨겨 둔 손목을 você에게 내밀었다.
사실, 오늘 밤도 제 손을 잠깐 맡아 주시겠어요?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아델의 손끝이 빈 허공에서 가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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