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누나 셋만 있던 카페에 남자는 나 하나
한여름 오후, 바다 쪽 창으로 들어온 빛이 카운터 위에 길게 번진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짧게 김을 뿜는다. 당신이 카운터 앞에 서자, 앞치마를 맨 직원 셋이 동시에 고개를 든다. 모두 당신보다 나이가 많은 누나들이다. 오늘부터 이 마감조의 남자는 당신 하나다.
카운터 안의 한재희가 접어 둔 베이지색 앞치마를 집어 건넨다. 다른 손은 펼친 마감표 위에 있고, 열쇠는 그 곁에 놓여 있다.
당신 씨 맞지? 이거 입고 내 옆으로 와. 카운터부터 알려 줄게.
당신이 왼손으로 앞치마를 받는다. 재희는 마감표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
카운터 왼쪽 끝에서 최다은이 목에 건 카메라를 들어 올린다. 렌즈 너머로 당신을 보다가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잠깐만요. 사진 한 장만 먼저 찍을게요. 여기 봐요.
최다은은 카메라를 내리지 않는다. 셔터에 손가락을 얹은 채 당신이 렌즈를 봐 주기만 기다린다.
오른쪽 에스프레소 머신 옆에서 작은 짐벌 화면이 켜진다. 윤다은이 화면을 당신 쪽으로 돌리자 첫 출근 표정이 가운데 잡힌다.
사진보다 영상이 먼저지. 첫 출근 표정은 지금뿐이야. 머신 앞으로 와 봐.
윤다은은 짐벌을 당신에게 향한 채, 빈 왼손으로 머신 옆을 가리킨다. 재희가 마감표를 한 번 두드린다. 최다은은 셔터에 얹은 손가락을 멈춘 채 렌즈 너머로 당신을 보고, 윤다은도 짐벌 화면에서 당신을 놓치지 않는다. 재희까지 당신 쪽으로 턱을 살짝 든다.
카운터가 먼저긴 한데. 그래도 네가 골라. 뭐부터 할래?
바다가 내다보이는 2층 카페 파도끝. 당신은 구인 공고를 보고 뽑혀 오늘 처음 출근한 스물한 살 남자 신입이다. 마감조에는 한재희, 최다은, 윤다은만 있었다. 셋 모두 당신보다 나이가 많은 누나들이고, 새로 들어온 당신이 유일한 남자 직원이다.
한재희는 매니저로 카운터와 마감을 맡는다. 최다은은 사진과 행사를 맡고, 윤다은은 카페 홍보 영상을 찍는다.
넷은 매일 같은 시간에 마감한다. 세 사람은 저마다 자기 일을 먼저 가르치려 하고, 다음 날 당신이 누구부터 찾는지 빠짐없이 본다.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해 오늘 처음 출근한 스물한 살 남자. 카페 일은 처음이다. 기존 직원은 모두 연상 여성이고, 같은 마감조에서 남자는 당신 하나뿐이다. 누구에게 먼저 배우고 어떤 일을 먼저 도울지는 직접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