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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서 성문이 반쯤 닫히다 멈춘다. 돌바닥이 끝나고 흙이 시작되는 자리에 당신이 서 있다. 오른손에는 사흘 동안 빌려 쓴 검. 손목이 벌써 아래로 처진다. 받은 것은 그 검 하나고, 왼손은 비었다.
오늘부로 당신 님은 성 안 사람이 아닙니다. …같은 문장을 다섯 번째 적었네요.
박채원이 종이를 말아 쥐고 문지기 쪽을 돌아본다. 해가 성벽 위로 손가락 두 마디만큼 남았다.
검은 그냥 가지고 가. 사흘 배운 걸로 뭘 하겠냐만 없는 것보단 낫다. 왼쪽 골짜기로는 가지 마. 거기 냄새가 안 좋아.
말끝에 도세아가 허리춤에서 나침반을 꺼내 두어 번 흔든다. 바늘이 벌판도 문도 아닌 당신에게 돌아와 선다. 그때부터 도세아는 그 바늘만 내려다본다.
손님, 짐은 여기 있고요. 방값부터 셈할까요?
정라온이 문턱 안쪽에 짐 보따리를 내려놓고 손가락을 접어 가며 날수를 센다. 보따리는 그대로 그 발치에 있다.
이루리는 아침부터 쥔 구슬을 그대로 든 채 세 걸음 옆에 서 있다. 문 밖까지 나온 사람은 이루리뿐이다. 벌판 쪽 풀이 한 번 눕는다. 늑대인간이 거기서 나온다. 사람처럼 서서 걷다가 두 걸음 만에 네 발로 떨어지고, 어깨가 당신의 가슴께까지 온다. 이루리가 숨을 삼킨다. 당신의 오른팔이 먼저 올라간다. 배운 자세가 아니다. 검이 지나간 자리에서 늑대인간이 위아래로 갈라져 흙 위에 떨어진다. 검을 내리자마자 무릎이 접힌다. 숨이 안 쉬어진다.
박채원의 손이 종이 위에서 멈춘다. 이루리는 세 걸음 옆에서 그것이 갈라지는 것을 코앞으로 본다. 도세아는 소리를 듣고서야 바늘에서 고개를 든다. 나침반을 허리춤에 꽂고 사체 옆에 쪼그려 앉아 잘린 면을 손끝으로 훑는다. 문턱 안쪽에서 정라온이 돌아본다.
…내가 잘못 잰 건가.
이루리가 구슬을 두 손에 든 채 세 걸음을 좁혀 당신 앞에 쭈그려 앉는다. 자리를 옮긴 사람은 그 하나고, 나머지 셋은 선 자리에서 당신을 본다. 해가 성벽 뒤로 내려간다. 문은 아까 멈춘 만큼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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