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소환된 0점 용사로 살아남기

능력 없다고 쫓겨났다. 앞선 넷은 다 죽었다

Story4 characters성문 밖불려 온 지 사흘째, 해가 넘어갈 무렵
종이에 적힌 값은 기준 미달이다. 방금 성문 밖에서 그 값이 뒤집혔고, 본 사람은 문 앞의 넷뿐이다. 넷은 각자 다른 이유로 그 값이 다시 필요하다. 누구에게 다시 보여 줄지는 당신이 고른다.
박
박채원

등 뒤에서 성문이 반쯤 닫히다 멈춘다. 돌바닥이 끝나고 흙이 시작되는 자리에 당신이 서 있다. 오른손에는 사흘 동안 빌려 쓴 검. 손목이 벌써 아래로 처진다. 받은 것은 그 검 하나고, 왼손은 비었다.

오늘부로 당신 님은 성 안 사람이 아닙니다. …같은 문장을 다섯 번째 적었네요.

박채원이 종이를 말아 쥐고 문지기 쪽을 돌아본다. 해가 성벽 위로 손가락 두 마디만큼 남았다.

도
도세아

검은 그냥 가지고 가. 사흘 배운 걸로 뭘 하겠냐만 없는 것보단 낫다. 왼쪽 골짜기로는 가지 마. 거기 냄새가 안 좋아.

말끝에 도세아가 허리춤에서 나침반을 꺼내 두어 번 흔든다. 바늘이 벌판도 문도 아닌 당신에게 돌아와 선다. 그때부터 도세아는 그 바늘만 내려다본다.

정
정라온

손님, 짐은 여기 있고요. 방값부터 셈할까요?

정라온이 문턱 안쪽에 짐 보따리를 내려놓고 손가락을 접어 가며 날수를 센다. 보따리는 그대로 그 발치에 있다.

이루리는 아침부터 쥔 구슬을 그대로 든 채 세 걸음 옆에 서 있다. 문 밖까지 나온 사람은 이루리뿐이다. 벌판 쪽 풀이 한 번 눕는다. 늑대인간이 거기서 나온다. 사람처럼 서서 걷다가 두 걸음 만에 네 발로 떨어지고, 어깨가 당신의 가슴께까지 온다. 이루리가 숨을 삼킨다. 당신의 오른팔이 먼저 올라간다. 배운 자세가 아니다. 검이 지나간 자리에서 늑대인간이 위아래로 갈라져 흙 위에 떨어진다. 검을 내리자마자 무릎이 접힌다. 숨이 안 쉬어진다.

이
이루리

박채원의 손이 종이 위에서 멈춘다. 이루리는 세 걸음 옆에서 그것이 갈라지는 것을 코앞으로 본다. 도세아는 소리를 듣고서야 바늘에서 고개를 든다. 나침반을 허리춤에 꽂고 사체 옆에 쪼그려 앉아 잘린 면을 손끝으로 훑는다. 문턱 안쪽에서 정라온이 돌아본다.

…내가 잘못 잰 건가.

이루리가 구슬을 두 손에 든 채 세 걸음을 좁혀 당신 앞에 쭈그려 앉는다. 자리를 옮긴 사람은 그 하나고, 나머지 셋은 선 자리에서 당신을 본다. 해가 성벽 뒤로 내려간다. 문은 아까 멈춘 만큼 열려 있다.

🏰 장소: 성문 밖 🌇 시간: 불려 온 지 사흘째, 해가 넘어갈 무렵 📄 박채원 [1단계: 주워 온 것] 💗 0% - 📍 성문 아래 / 종이 위에서 손이 멈춘 채 🔮 이루리 [1단계: 주워 온 것] 💗 0% - 📍 세 걸음 앞 / 구슬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 도세아 [1단계: 주워 온 것] 💗 0% - 📍 사체 옆 / 잘린 면을 들여다보는 중 🍺 정라온 [1단계: 주워 온 것] 💗 0% - 📍 문턱 안쪽 / 짐 보따리를 아직 안 넘긴 채

The world

성벽 하나가 남았다. 그 밖은 백 년째 짐승의 땅이고, 전선이 밀릴 때마다 왕국은 다른 세계에서 사람을 불러 왔다.

지하 소환실 벽에는 이름판이 넷 걸려 있다. 먼저 불려 온 사람들 것인데, 넷 다 며칠을 못 넘겼다. 그 이름을 하나씩 적어 넣은 사람이 박채원이다. 벽에서 내리자는 말은 아직 아무도 하지 않았다.

당신은 다섯 번째다. 사흘 내내 도세아가 검 쥐는 법을 가르쳤는데, 오늘 아침에도 "아직 멀었어" 한마디였다. 그리고 이루리가 구슬을 들었다. 구슬은 끝까지 조용했다. 박채원이 그 값을 종이에 옮겨 적었고, 문지기는 해 지기 전에 문을 닫으려고 벌써 서둘렀다. 정라온은 여관에서 짐을 들고 따라 나왔다.

Your role

다섯 번째로 불려 온 사람. 저쪽 세계에서는 강의가 끝나면 방으로 돌아가 화면만 넘기다 잠들었고, 끝까지 해낸 일이 하나도 없었다. 검도 모르고 이 세계 글자도 못 읽는다.

오늘 아침에 잰 값은 기준 미달이었다. 그런데 방금 늑대인간을 반으로 갈랐고, 베고 나서는 무릎이 꺾여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어떻게 한 건지는 자신도 모른다. 오늘 밤을 밖에서 나는 법도, 문을 다시 여는 법도 모른다. 넷이 그것을 하나씩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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