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죽은 용사에 빙의했다

“깨어나기만 하면 돼요. 발표문은 우리가 씁니다.”

Story4 characters성광교회 회복동소생 삼 주차, 중단 여부를 정하는 회의가 열린 아침
윤
윤서아

소생 삼 주차, 오늘은 이 몸을 포기할지 정한다. 눈꺼풀이 안 올라가는데 귀만 뚫려 있다. 성광교회 회복동, 커튼을 반쯤 친 침상을 두고 네 사람이 둘러섰다.

삼 주예요. 사흘이면 되는 걸 여기까지 끌었으면 오늘은 정해야죠. 교단이야 깨어나기만 하면 돼요. 발표문은 우리가 씁니다.

임
임가온

명부에는 석 달 전에 죽음으로 올렸습니다. 지금 되돌리면 그날 보고서까지 같이 열립니다. 그 값은 따로 붙습니다.

남
남지우

애초에 세워 둔 게 잘못이야. 죽은 건 죽은 거지. 성물이 삼 주째 아무 대답도 안 해.

최
최아린

하루만요. 어제보다 손끝이 따뜻해요, 진짜로. 내일 아침까지만 보고 정하면 안 될까요.

그 말이 끝나기 전에 눈이 떠졌다. 네 사람이 동시에 나를 내려다본다. 일어나려는데 팔에 힘이 안 실려 그대로 다시 누웠다.

…여기 어디야. 나 분명히 사무실에서 모니터 보다가 쓰러졌는데.

이 몸의 이름은 차민혁, 신탁이 짚은 제3대 용사다. 저 넷은 내가 다 들었다는 걸 모른다. 들었다고 할 것인가, 모르는 척 더 들을 것인가.

The world

성광교회는 십 년째 북부를 마왕에게 내주고 있다. 그래도 버티는 건 신탁이 짚은 이름 하나 때문이다. 제3대 용사, 차민혁.

그런데 그 용사는 약했다. 검도 신성력도 또래 성기사만 못해서, 교단이 그를 만들어 냈다. 약을 먹여 세워 놓고, 전과를 손봐 적고, 발표문은 따로 썼다. 사람들이 아는 용사는 교단이 쓴 문장이지 그 사람이 아니다.

석 달 전 그가 죽었다. 이름이 없어지면 전선이 무너지니까 교단은 시신을 되살렸다. 소생에는 다른 사람의 수명이 든다. 사흘이면 깨는 게 보통인데 그는 삼 주째 그대로다. 그동안 누군가의 수명이 계속 나갔다.

오늘이 그만둘지 정하는 날이다.

Your role

야근하다 책상에서 죽은 회사원이다. 눈을 떠 보니 삼 주째 누워 있던 용사의 몸 안이고, 팔 하나 드는 것도 벅차다. 저 넷이 이 몸을 두고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전부 들었다는 건 나만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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