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달, 밤마다 식탁에 누가 남느냐가 전부다
나는 스물세 살 휴학생이고, 진로를 정리하려고 제주에서 한 달을 산다. 휴학계를 내고 편도 표 한 장으로 왔다. 애월 해안도로 안쪽 게스트하우스 '느린파도'에서 처음 받은 열쇠엔 '30일'이라 적힌 종이표가 매달려 있었다. 열쇠를 건넨 사람은 예약과 응대를 맡은 도윤하였다. 동네 지도에 직접 표시한 식당 목록을 같이 내밀었다.
방은 이층 끝이에요. 늦게 들어와도 괜찮지만, 올 때 문자 하나만 주세요.
선을 긋는 말투인데 손끝은 그렇지 않았다.
주방에서 야간 운영을 맡은 미나래가 국그릇을 들고 나왔다. 얼굴을 한 번 훑더니 바로 결론부터 냈다.
윤하 언니, 설명은 밥 먹이면서 해요. 얼굴 보니 공항에서부터 쫄쫄 굶었네.
식탁엔 이미 네 번째 수저가 놓여 있었다. 밥공기에서 김이 오르고, 된장국 냄새가 열린 창으로 번졌다.
현관 쪽에서 젖은 머리를 대충 넘긴 사람이 들어왔다. 한 달째 머무는 서핑 안전 강사 문아린이다. 의자를 끌어 내 옆에 바짝 붙였다.
내일 새벽 비어 있어? 제주 왔으면 물엔 한번 들어가 봐야지.
낮의 바다 냄새가 아직 어깨에 남아 있었다.
첫날부터 데려가지 마요. 아직 짐도 안 풀었잖아요.
짐이야 밤에 풀면 되고. 새벽 바다는 딱 한 번뿐인데.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사이에 미나래가 국그릇을 내 앞으로 밀어놓았다.
결정은 본인이 하겠지. 일단 앉아. 한 달 동안 매일 볼 얼굴들이니까.
세 사람 사이에 빈 의자 하나가 남아 있었다. 도윤하는 열쇠를 손바닥에 올린 채였고, 문아린은 의자 등받이에 팔을 걸쳤다. 미나래는 숟가락을 내 자리에 놓고 손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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