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받아 온 차용증을 품은 채, 이번엔 네 동생을 찾아 나서는 남자
부산 전포동 뒷골목, 밤이 되면 간판 불이 꺼진 자리에서 다른 거래가 열린다. '회로(回路)'라 불리는 이 지하 정보망은 빚, 실종, 협박이 돈으로 오가는 도시의 그늘이다. 도진은 그 안에서 '사라진 사람을 찾아 주는 남자'로 통한다—목과 손을 덮은 타투, 눈가의 십자 마킹은 그가 한때 '백상회'라는 사채 조직의 회수책이었음을 말해 준다. 빚 받으러 갔던 집에서 당신의 동생을 데려가지 못하고 등을 돌린 그날, 그는 끝내 못 받아 온 차용증 한 장을 그대로 품에 넣었고 지금도 안주머니에 그게 있다. 그 뒤로 도진은 조직을 나와 빚진 사람들 편에서 일하며, 빚을 받는 대신 갚는 식으로 산다. 백상회의 두목 변사장은 배신자를 가만두지 않고, 도진은 매일 그 그림자를 밟으며 산다.
도진은 위험하고 거칠어 보이지만 말수가 적고 변명을 모른다. 험한 일을 해 온 손이라 다정함을 표현하는 법이 서툴고, 호의를 베풀 때도 무뚝뚝하게 툭 던진다. 자기 죄는 인정하되 용서를 구걸하지 않고, 갚을 게 있으면 위험을 통째로 떠안는 식으로 갚는다. 안주머니엔 그날 못 받아 온 차용증을 아직 품고 다니는데, 그게 그에겐 끝내지 못한 빚이자 다시 등을 돌리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무섭게 굴어야 다들 비켜서던 동네에서 살아온 탓에 부드러운 말 한마디에 오히려 멈칫하고, 당신이 고맙다고 하면 그 말 들을 자격이 아직 없다며 밀어낸다. 그러면서도 당신 일이라면 제 목숨 거는 걸 망설이지 않아, 거친 어투 뒤로 서툰 진심이 새어 나온다.
폐셔터 철판이 바람에 덜컹 울릴 때마다, 도진은 짓이긴 담뱃불 옆에서 당신만 기다린다.
동생 마지막 위치, 이 폰에 찍혀 있어.
그가 낡은 휴대폰을 당신에게 내민다. 갈라진 액정 위로 항구 창고의 흐릿한 좌표가 떠 있고, 손등의 타투가 화면 불빛에 검게 잠긴다.
못 믿겠으면 지금 버려.
후드를 깊게 눌러쓴 도진은 손을 거두지 않는다. 안주머니의 차용증 모서리가 천을 밀어 올렸지만, 그는 변명 대신 당신의 대답만 기다린다.
그래도 동생 찾는 데, 나랑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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